세탁기는 사치야. 할머니 한분이 빨래를 들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올라오고 계셨다. "할머니 제가 들어드릴께요." "아니야. 괜찮아." 숨이 턱까지 차셨지만 몇번이나 거절을 하시던 할머니께 빨래를 받아 들고 오르막을 올랐다. "거기 아래에 놓아." 할머니가 가르치시는 곳은 길 아래 수도꼭지가 하나 있는 아주 작은 공터였다. "아이고, 고마워. 고마워."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앉아서 숨을 고르신 할머니는 묵묵히 빨래를 시작하셨다. 문득 이렇게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오신 이유가 궁금해졌다. "할머니 왜 여기서 이렇게 손 빨래를 하세요? 세탁기는요?" "수도가 고장나서 물이 안나와.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에게 세탁기는 사치야." "자식들은 없으세요?" "아들하고 며느리가 있는데 돈 벌러 나갔어." "그럼 며느리 오면 시키시지 왜 이렇게 오셨어요?" "내가 죽지도 않고, 밥만 축내고 너무 미안해서 그래. 그리고 자주 오는 것도 아니야. 가끔 해." 6.25때 피난민들이 오면서 생겼다는 부산의 대표적인 빈민가 안창마을. 할머니께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세탁기는 사치라는 할머니의 말씀과 연일 떠들어대는 수백억의 비자금이 교차하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 040225 안창마을 FM
Safeman
2004-02-29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