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일몰이 아프다..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읍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읍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읍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읍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읍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읍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읍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 사 랑- 김용택 <맑은날>중에서 군대 있을때 가장 기뻤던 일은.. 휴가도 외박도 아닌 김용택 선생님에게서 편지를 받을 때였다.. 힘들었던 시절.. 그 설레임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남아 있다.. 갱지 원고지에 파아란 만년필로 써내려간 그리움과 쓸쓸함에 대한 글들.. 그때의 그 느낌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게 남아 있다.. 오늘.. 해지는 낙동강변에서 조용히 꺼내어 보았다..
숲과나무
2004-02-28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