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歸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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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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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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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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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히 돌아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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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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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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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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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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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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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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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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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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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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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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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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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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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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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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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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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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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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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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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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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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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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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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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 도종환님의 '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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