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歸家)... . .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 총총히 돌아서 갔다 .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 따뜻한 말 한마디는 .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 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 도종환님의 '귀가' - . .
Amirous.R
2004-02-2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