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카페를 갈까?
둘 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카페 안의 고양이들을 보면
마치 털 달린 창녀들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어 결국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고양이들 탓일 리는 결코 없으니,
어디 시선 둘 곳 하나 없는 불쌍한 우리 현대인들이 죄인이자 포주였다.
거리로 증식하는 백종원의 얼굴과 간판들에 대하여,
이것이 공포에 가까운 이유를 설명해대는 네 얼굴을 보는데
9년 전의 천안기차역이 떠올랐다.
9년. 큰 다툼 없이 우리 잘 지내왔던 게 내심 뿌듯하다 말을 하면
네가 내게 한편으로는 참 뻔뻔하다 생각할 수 있겠다.
지내며 내내 나는 이 생각을 떨칠 수 없었노라, 고백을 했다.
약속 시간에 늦어도 서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디 딱히 갈 곳이 없어도 그것도 그 나름대로 서로 괜찮다.
고마움을 강요한 적 없으며, 사과를 받지 못하여
서운한 적 없었다.
잊을만하면 서로 나타났다.
어쩌다가 그냥 이렇게 9년을 지냈다.
어쩌다가 너는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고,
어쩌다가 나는 가구를 만지는 사람이 되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조금은 이해한다.
앞으로 더 치러야 할 업의 정도를 나타내주는
카르마 그래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며 네게 농을 던졌지만,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