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에 개미를 짓이겨놓고 살살 돌리는 것이
극악무도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되려 순수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을 역변이라고 배웠다.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건 나쁜 짓이라고 배웠다.
먹던 밥을 남기면,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이 떠오르는
멍청함을 습득했다.
먹물을 흘리는 건 부끄럽고, 유방을 내놓는 별 지랄은 멋이라는 것도 배웠다.
이런 식으로 자유는 다수의 소리 없는 규제라는 걸 알았다.
아들딸들을 위해 제 인생 기꺼이 내주고
쓸쓸히 세월 속에서 산화되어 사라지는 게 어쨌든 미덕이라고 배웠다.
아서라, 미덕 앞에서는 건방히 이빨을 드러내는 게 아니다.
살고 싶어서 일을 하다 보니 죽도록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일의 해는 노래방에서 89점 이상이 나올 때만 뜬다는 걸 배웠고,
사랑은 나비라는 걸 배웠고,
첫사랑은 방석집이라는 걸 배웠고,
와중에 녹차팩도 틈틈이 해줘야 멋쟁이가 된다고 배웠다.
배우고, 알고, 습득했다고 믿었는데
눈 밑에 점을 붙이고 자꾸만 새사람이 된다.
처먹고 꼴리는 것만 변함이 없지.
걸음걸이도 틀리고, 바지도 내리고,
가끔 노팬티로 잠이 들지만,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