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이형의 수족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쓸데도 없이 조제가 생각나서 몹시 우울해진다.
언제나 내 기분을 잘 캐치해주는 그가 수족관의 조명을 꺼주었다.
자신은 빨래를 널고 올테니, 마저 우울해하다 가라는 그의 심산이다.
부글거리는 산소발생기 소리가 곧 작은 방안을 온통 채우면
이 방이나, 저 수족관이나 별다를 게 없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참 좋겠어, 생각했다.
석이형은 물고기 말고도, 마리당 팔천 원에 파는
미니전갈 두 마리를 키웠다.
미니전갈들의 집은 네모난 플라스틱 상자이다.
그 위로 또 플라스틱 덮개가 파랗게 도장되어 있는데
그것이 지붕의 역할을 했다.
미니전갈들의 주식은 바로 곱등이라며
형은 또 다른 플라스틱 상자를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정말 곱등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가 젓가락으로 그것을 집어
전갈의 머리 바로 위에서 흔들어댔다.
이내 U자로 꺾이는 꼬리가 곱등이의 몸에 닿자마자
녀석은 부르르 떨며 죽어버렸다.
주위에 그렇게 죽은 곱등이들이 상태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채
수 마리 꽤 있는 걸로 봐서는, 형은 이런 식으로
여지껏 심심함과 외로움을 줄곧 달래 왔던 것 같다.
순간, J의 죽음에 느꼈었던 당시의 중압감이 생각났다.
반면에 지금의 광경은 이리도 가볍게 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냉소했다.
말하자면 어떤 위선이었다.
집에 들어온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수족관의 부글거리는 몽환적인 소리가
자꾸만 주변에서 맴돈다.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이 대형 산소발생기만
방안에 갖다놓으면 되겠다.
수족관은 이미 오년 전부터 여기에 있다.
차이가 있다면 플라스틱 대신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는 것 정도.
밖에서 누군가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놀란 개들이 덩달아 짖는다.
궁금하여 창문을 열었는데 보이는 건,
몸을 파는 빨간 아가씨들과 빨간 거리들 뿐.
나는 아직 여기에 산다.
이제는 별일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뻔뻔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