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시인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에티오피아에서, 소말리아에서
중앙아프리카에서
굶고 굶어서 가죽만 거칠어진
수백 수천의 어린이가 검게 말라서
매일 쓰레기처럼 죽어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에서
오늘은 해골을 굴리며 놀고
내일은 정글 진흙탕 속에서 죽는 어린이.
열 살이면 사람 죽이는 법을 배우고
열두 살이면 기관단총을 쏘아댑니다.
엘 살바도르에서, 니카라과에서
중앙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에서
해뜨고 해질 때까지 온종일
오른쪽은 왼쪽을 씹고
왼쪽은 오른쪽을 까고
대가리는 꼬리를 먹고
꼬리는 대가리를 치다가 죽고.
하루도 그치지 않는 총소리,
하루도 쉬지 않는 살인.
하느님 시인의 용도는 어디 있습니까.
이란에서, 이라크에서, 이스라엘에서
레바논에서, 시베리아 벌판에서
세계의 방방곡곡에서
하느님, 시인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남들의 슬픔을 들으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고
남들이 고통 끝에 일어나면
감동하여 뒷간에서 발을 구릅니다.
어느 시인이 쓴 투쟁의 노래는 용감하지만
내게 직접 그 고통이 올 때까지는
어는 시인이 쓴 위로의 노래는 비감하지만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하신 하느님.
그러나 시인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 마종기 <시인의 용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