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결국 오후 네시 반쯤 침대에서 일어났다 설익은 안부들이 몇 차례 있었다 비유적일 뿐이다 환한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무서웠다 무겁다는 느낌과 무섭다는 느낌 사이에서 가벼운 갈등이 있었지만 무겁다 하기에는 개연이 될만한 관련성들이 부족하므로, 무섭다 샤워를 하고 동네의 흔했던 길들을 벗어나 구월동 언저리의 상점들을 거닐었다 여기보다 낯선 사진들을 찍었다 밤새 나를 자극했던 아공이의 무파마가 떠올라 불타는 돈까스에서 라면 한 그릇과 돈까스를 먹었고 아줌마들 마냥 쇼핑을 하고 걷다 힘들면 거리에 보이는 파라솔과 함께 비치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딸기우우를 마셨다 여름의 친절함이 딱 하나 있다면 바로 눈에 쉽게 띄이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들이다 큰 후라이팬을 새로 살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이소에는 차마 들어가질 못했다 그곳엔 아직 귀신이 살고 있으므로, 지난 일들에 대해 복채로 지불될만한 그 어떤 자기희생도 없었으므로 거기엔 아직 귀신이 묶여있다 안봐도 호러비디오다 나도 종교를 가지면 마음을 좀 뉘일 곳이 생길까요- 라고 묻자, 물론이라고 대답했던 회사 형이 생각났다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는 '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애를 건드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그는 올해 결혼 2년차의 신혼이다 십계와 성경을 처음 지어냈던 보험판매사 아니, 그 성인은 인간의 임계점을 너무 과대평가했음이 분명하다 지옥에서 아마 땅을 치고 있겠지 "너 때문에 내가 이 씨발놈아, 어? 그 좋은 섹스를 속 편하게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 여기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시발 진짜 내가 어?" 속도 좁은 성난 신의 잔소리 영원히 들으며 누군가 집 근처 양옥집 벨 눌러대는 소리가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 도입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에 날리던 일간신문지는 달리던 택시에 깔리며 하루치의 문장들을 마감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유기견 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까보다는 조금 나았다 어쩌면 덜어내야할 구슬들이 있었나보다 시커먼 사리들 마냥 무서운 게 아니라 무거웠던 것이다 지겹던 주말의 끝이 보인다 내심 기다리던 월요일의 머리카락 보인다 오늘은 기필코 일찍 자겠어 채찍을 휘두르며 베개를 학대하며
요청을 이해 못했습니다
2015-06-14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