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도 못하는 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의 큰 사위인 내 아버지를 살아생전 못마땅해 하셨다. "삽질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라는 거다. 다른 사위들은 농사철에 삽을 들고 따라나와 이것 저것 잘도 거들어 주는데. 아버지는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아버지도 만만치 않으셨다. 삽질 안하고 먹고 살 수 있는데 삽질 해서 어따 쓰냐는 거다. 그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이제 내 아들의 외할아버지가 되셨다..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께서 아버지를 보는 그 눈빛 그대로 못마땅한 시선으로 내 남편을 쳐다보신다. 그리고 낮게 말씀 하신다. -바둑도 못 두는 놈!
밝은햇살
2004-02-22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