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266번지 #3
낮아 저만치 버려진 산
쓰러지듯 흘러 들어온 산
낮은 산에 내가 있네
기름진 평야에서 밀려난 사람들
힘없고 못나고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든 산
낮은 산
낮은 산에 나를 묻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말없이 쓰러져 흐르네
더는 낮아질 수 없는 산
낮아서, 더 할 수 없이 낮아서
하늘과 가슴이 포개져
하늘의 심장 소리 들리는 곳
언 바람 우는 낮은 산에
뜨거운 그리움이 사네
저 밑바닥에서 손잡고 걸어오는
새푸른 씨알 뿌리들이 사네
- 박노해 낮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