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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랍시고 헤매듯 길을 걷다가
그늘진 구석에 자리를 깔고 누운 개를 보고
저도 곁에 걸터앉았다.
목에 줄을 달았던 고리도 달려있고
쓰다듬는 손길을 퍽 즐기는 보면
누군가가 기르던 개였던 모양이다.
흰털은 때묻어 더럽고
배거죽은 탄력 없이 홀쭉 말라서
버려졌거나 집을 잃은 짐승이겠지 하였다.
연민으로 제법 거리가 되는 편의점까지 걸어서
소세지를 사다가 하나씩 집어 멕이는 순간에는
행여 먹이 한번 챙긴 정으로
자꾸 쫓아와 아처롭게 굴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힘겹게 일어서는 저에게서 이내 시선을 거두며
원래 누웠던 자리에 그대로 능청맞게 앉아
다른 행인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는
곧 저의 망상임을 깨달았다.
처음 보는 내 면전에서 배를 뒤집고
주등이로 손을 핥으며 곰살맞더니만
지나가는 인연을 털어내는 일에
개새끼란 놈이 사람보다 능숙하구나.
저는 또 버림받은 듯
세상에 숨쉬는 모든 짐승들이 미워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