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어릴 적...
철공소와 목재소는 지금보다 더 눈에 자주 보였다.
나는 그 옆을 지나면서...
쇠를 다듬을 때면 튀는 거칠고도 찢어지는 소리 들으며 불꽃을 보았고,
나무가 잘려나가며 쏟아져나오는 톱밥을 보며 나무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 장면들 속에서 신기함을 느꼈고...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 나갔으며...
그 시절의 기억이...
내게는 내 성장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소리를 기억하고 그 냄새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살다가 지치는 날이면...
내 속 깊은 곳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내 삶의 밑거름을 깨워보려...
어릴 적의 기억들을 찾아서 거리를 걷고는 한다...
어느 사람들은...
내 사진을 보며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펌하며 평면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것을...
글로 적어서...
사진...그 자체로써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기억들은 모두가 다 깨끗하며, 아름답기만 했는지...
그래서 아름답고 고운 것만 찾아서...
매 계절, 매 순간...
그 장소만을 찾아서...
반복적으로...
사진 속에 고이 고이 모셔 놓는 것인지...
내 어릴 적 기억은...
지금보다 깨끗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더 행복했었던 시간이기에...
나는...
그 순간을 맞으려 카메라를 들고 그 시간과 비슷한 거리 속으로 나선다...
나의 삶에는...
자신의 본모습을 지워가며...
아름다움만을 찾는 가식따위는 필요없다...
세상 그리고 나...
소통...
20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