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수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해야 할 일이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낯을 많이 가렸다.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잘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목소리를 떨고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끝까지 했던 기억도 있다.
스무살 사춘기가 늦게 온 걸까
난 대학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다.
독일 문학사 첫 수업때 선생님께서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이 우리 삶에서 계속 함께 할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물음이 내 삶에 던져졌을 때
나는 답을 찾아야 했고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컴컴하고 압력도 더 심해졌다.
그리고 무너졌다.
눈을 감고 다시 떴을 때
조금씩 빛이 느껴졌다.
아직도 마음속에 간절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조금씩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본다.
막 달려가다가 잠깐 넘어져서
짜증내고 울기도 했지만,
덕분에 웃기도 하고 쉼도 얻었다.
나를 돌아본다.
누군가와 만날 때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작품이나 영화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더 편할거 같은데..
그리고 그 누군가를 만나는 내 마음이 우선
가벼워지길 기도했다.
어쨌은 적어도
크게 앓았던 기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아팠던 기억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약먹고 점차 회복되어 산책을 하러 간다.
봄을 맞이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