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수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해야 할 일이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낯을 많이 가렸다.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잘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목소리를 떨고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끝까지 했던 기억도 있다. 스무살 사춘기가 늦게 온 걸까 난 대학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다. 독일 문학사 첫 수업때 선생님께서 "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이 우리 삶에서 계속 함께 할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물음이 내 삶에 던져졌을 때 나는 답을 찾아야 했고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컴컴하고 압력도 더 심해졌다. 그리고 무너졌다. 눈을 감고 다시 떴을 때 조금씩 빛이 느껴졌다. 아직도 마음속에 간절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조금씩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본다. 막 달려가다가 잠깐 넘어져서 짜증내고 울기도 했지만, 덕분에 웃기도 하고 쉼도 얻었다. 나를 돌아본다. 누군가와 만날 때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작품이나 영화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더 편할거 같은데.. 그리고 그 누군가를 만나는 내 마음이 우선 가벼워지길 기도했다. 어쨌은 적어도 크게 앓았던 기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아팠던 기억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약먹고 점차 회복되어 산책을 하러 간다. 봄을 맞이하려고!
츠재
2015-04-05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