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아드님을 믿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요." 여자 리포터가 빠른 속도로 말했다. 수많은 마이크가 경쟁하듯 높이 솟는다. "안다고?" 아오야기의 아버지가 짧게 내뱉는다. 눈은 가만히 여자 리포터를 응시하고 있다. "믿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고? 네가 알아? 잘 들어. 나는 믿고 싶은 게 아니야. 아는 거야. 난 알아. 녀석은 범인이 아니야." 아오야기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고동이 빨라진다. 피가 혈관 속을 거칠게 흐르다 출구를 찾아 손끝과 발끝을 찌른다. 몸이 떨리는 것도 다 격렬해진 고동 탓이다. 붙 잡은 치한 위에 올라타고 죽어라 두들겨 패던 때의 아버지가 화면과 겹쳤다. '한 번 흥분했 다 하면 아무도 못 말리는 건 여전하네' 하는 생각과 '좀 늙으셨네' 하는 생각이 동시에 뒤섞 였다. "녀석이 중학교 다닐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 CD를 슬쩍했다는 의심을 받았지. 가게 주 인한테 말이야. 그때도 난 알고 있었어. 녀석은 안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알겠어? 내 몇 번이라도 말하지. 마사하루는 그런 사건을 벌이지 않았어." "하지만 아버님"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시끄러워, 시끄럽다!" 아오야기의 아버지가 파리라도 쫓아내듯 오른손을 내젓는다. "그래, 너희, 내기할래? 내 아들이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내기할래?" 하며 자신을 둘러싼 리 포터 한 명 한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 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 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 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 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리포터들이 저마다 구시렁구시렁 불평을 해댔다. 아오야기의 아버지 언동이 지각 없고 경솔 하다며 질책했고, 폭발사건의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되는가를 강조하며 비상식에도 분수가 있 다고 화를 냈다. 사실은 화를 냈다기보다 화난 척을 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저도 제 인생을 걸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 <골든 슬럼버> 伊坂 幸太&#37070;
那由他
2015-01-15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