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점점 무뎌져가는 느낌으로,
살아있는지도 가끔 궁금해서 숨은 쉬어지나
코에 손가락을 대어볼때도 요즘은 있다.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대학에 떨어지고, 취직에 실패하고,
친구의 비보를 들었거나, 타개한 유명인에 대한 만인의 탄식에 동조할 때의
생경했거나 생생했던 느낌들이 있어야 하는데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서 쿵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아 고쳐야 겠네 라든지 하나 새로 살까 라든지
라는식의, 감정이 배제된 지극히 현실적이고 기계적인 생각만 들었었고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이 좀 신기하다.
사실 별일이 아니니까. 그럴수도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석연치 않다.
(렌즈 필터가 깨지고 모터가 고장났지만 카메라 바디는 멀쩡한것이 천운이라 여기며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