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교토에 온 것은 스물셋 봄이었고, 혼자였다. 일본을 좋아하던
첫사랑과 헤어진 뒤였다. 왠지 일본에 가면 헤어진 그 사람과 어떻
게든 이어져 있단 느낌을 받을것 같았다 (어딘가 에쿠니 가오리스
럽다). 내가 끝낸 인연에 내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를 뒤늦게 깨
달았던 시절의 일이다. 2년 뒤엔 학교에서 늘상 붙어 다니던 친구
와 둘이 교토로 자체 졸업 여행을 떠났다. 그때까지 나에게 여행은
무언가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었
는데, 이거야 원, '이렇게 즐겁기만 해도 되는 거야?' 싶은 여행이
었다. 땀 뻘뻘 흘리며 난젠지까지 가서는 사원엔 들어가지도 않고
유명하다는 유두부만 홀랑 먹고 돌아왔던 기억, 으로 대표되는 여
행. 1년 뒤엔 편집자가 되어 회사 워크숍으로 다시 교토를 찾았다.
낮엔 서점 오픈 시각에 맞춰 들어가 회사 식구들이 부탁한 다양한
책의 목차를 훑어 번역해 설명했고, 밤엔 술과 안주를 주문하느라
정신이 쏙 빠졌다. 네번째는 그로부터 6년 뒤, 서른하나가 되어 떠
난 L과의 여행이었다. 만나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
없는 우리인데, 이 여행에서는 자주 침묵했고 상념에 빠졌다. 아마
도 일본이 각자 특별한 시절을 보낸 나라이기 때문이었으리라.
- 강윤정 <어떤날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