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세요 밤.
칙칙하고 보이지 않는 딱딱한 밤 사세요.
검지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을 때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순간을 헷갈릴 때
제야의 꼬마가 자꾸만 허벅지를 찌를 때
밤 사세요 밤.
날카롭고 서슬 퍼런 밤 사세요.
남는 것도 없답니다.
하나 빼고 모두가 죽었어요.
나는 다리를 절지도 몰라요.
커다란 못을 박고 산다니까 그러네
사람 말을 못 믿어.
안부는 왜 물어요 밤이나 사라니까-
떨이에요 떨이. 이 밤 좀 먹어봐.
아직 이 땅에서 거두지 못한 동기들이 남았어.
새벽이 오게 되면 내 그림자엔 할증까지 붙어요.
감당할 수 없는 속력들이 나를 밀어요.
아침이 올 때까지 나는 자꾸만
세계를 겉돌텐데 이 밤은 너무나 버거워요.
가로등의 불빛이 당신의 회귀를 기만할 때
서로의 눈물을 빨아주던 그 골목이
그 어떤 의미로도 해석될 수 없을 때
밤 사세요 밤.
먼 길 돌아오느라 고생했어요.
나의 꼬리로는 당신의 무게를 이길 수가 없었지요.
염려 말아요. 그 어떤 밤으로도 당신의 입모양은 아름다워요.
희미하고 불확실한 밤 사세요.
매일 밤 터져나오는 겨울은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