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아주 이뻤지.
사진 좀 찍어봐.
에이 배경이 안이뻐요.
말할 걸 그랬어.
사실 나는 우리가 좀 부끄럽다고.
고작 흐르는 물 따위로
검게 그을린 우리를
당당하게 할 순 없는거라고.
구름은 내일도, 그 다음에도 뜨니까
괜찮잖아요.
다음에 찍어요 다음에.
우리가 좀 더 하얗게 되면
언제 일곱시에 다시 만나요.
어디가.
갈 땐 가더라도 밥 한숟가락 정도는
괜찮잖아?
어딜가긴요. 세탁기 돌려야지.
허벅지를 파고드는
조그만 벌레가 죽으면 술 한 잔 살게요.
아픈 건 괜찮아요.
내일은 열두장이니까-
그 신분증 좀 버려요.
죽은 사람 신분증 갖고있다가
귀신이라도 씌이면 어쩌려고 그런디야.
다음에 먹어요 다음에.
우리의 옷가지들이 좀 더 가벼워지면
언제 일곱시에 다시 만나요.
사실 알고는 있었는데.
구름은 언제나 다시 떠도
정작 우리가 항상 같은 자세로
서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매순간 교차하는 우리의 눈동자들이
늘 같은 부호로 읽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집으로 들어와 세탁기를 돌리는데
우우웅 돌아가는 소리가 꼭
언제 어디서 들어밨던
누군가의 울음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였는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어디에서였는지가 더 궁금했다.
얼마나 궁금했냐면은-
아 세제를 좀 더 부을 걸.
볶음밥을 먹는데 돌이 씹혔다.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낮다.
거 헐값에 팔리기에 따악 좋은 날이구만.
text : "뭐해자지야운동가자"
"어 이따 전화할게"
다음에 해야지 다음에.
오늘은 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