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녹색의 앞에서 벌거벗었고
너는 물이 차오르는 버섯 위에서 연극을 시작했지.
너와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냄새
낯설지 않은 인사
무겁지않은 일곱시
이건 위험하다는 뜻인데-
아니나 다를까.
너는 관객들 앞을 뛰어다니는 오리의 엉덩이를 쫓느라 바쁘고
나는 짐짓 불편한 양반다리를 하느라 곤욕이었으니까.
빨간 램프에 불이 돌아가기 바로 직전에서
이제는 적절히 NG를 피하는 요령이 생겼다.
우리는 고단한 새벽이니까
시커먼 오후가 되어야 하니까
세탁기를 세 번이나 돌려야 하니까.
구름모텔에서 정신을 차려야 하니까.
가급적 애드립은 때리지마. 웃기지도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야.
시시콜콜한 밀담에 머리를 맞대고 대단치도 않은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얄팍한 동맹을 맺고 우리는 201호를 빠져나왔다.
분진가루처럼 달라붙는 이 밤이 아쉽지만 인사를 해야지.
우리는 살아있다고
열심히 달렸다고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고
따가운 눈알을 깨끗히 씻겠다고.
안녕 오리,
안녕 엉덩이,
안녕 창고갈매기
다른 의미로는 성황리에 끝이 나는 흑백의 커튼콜-
병신아 지랄하고 자빠졌네,
나는 사실 어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