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리에요. 이놈의 깃털들 때문에 물에 빠져죽고 싶어도 자꾸만 몸이 떠올라 괴롭답니다. 엄마는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요.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서 언제나 기를 쓰고 나를 살려낸답니다. 그럴 때마다 아주 죽을 맛이에요. 하지만 당신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는지, 글쎄 오늘 아침엔 다 큰 오리들 앞에서 엉덩이로 이름을 쓰지 뭐에요. 엄마의 자기소개는 보편적으로 그런식이었어요. 자세히 보지않으면 알 수 없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었대나 뭐래나.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물 속에 머리를 쳐박고 밑으로 가라앉고 싶었지만 이놈의 깃털들 때문에 자꾸만 몸이 떠올라 힘들답니다. 엄마는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기를 결국엔 모두가 사랑하느라 괴로운 시간들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사실 아직도 그 말이 잘 이해가 안되지만 나는 뭣보다 이곳에서 물장구치는 게 더 힘든걸요. 우리는 왜 날개를 달고 태어나 여기에서 이러는 걸까요. 아주 죽을 맛이에요. 애처로운 건 엄마일까요, 나일까요. 며칠 전에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꿈에 나타나 엄마의 목덜미를 그 큰 부리로 덥썩 문 채 수많은 오리들 앞을 질질 끌며 다녔는데, 이유는 나도 몰라요. 엉엉 울며 왜 그러느냐며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더니 너무나 사랑해서 그러는거래요. 너도 크면 알게 될 거래나 뭐래나. 끌려다니는 건 오히려 엄마인데 말이죠. 안간힘을 쓰던 엄마가 날개를 퍼덕거릴 때 날개 끝에서 푸른 빛이 비명처럼 번쩍였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건 왜일까요. 나중에 엄마 같은 여자랑 짝짓기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그 순간 잠깐 했었답니다. 만약 그때가 온다면, 물속으로 머리를 쳐박고싶을 때마다 떠오르는 깃털들 때문에 괴로웠던 시간들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힘들겠죠. 그것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밤이 얕아지는 그 순간까지도 물장구 쳐야 되니까요. 아주 죽을 맛이네요. 애처로운 건 엄마일까요, 나일까요.
요청을 이해 못했습니다
2014-06-28 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