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Skyraider
바다는 늘 좋은 낯만 보여주진 않았다.
물론 아름다운 노을이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미리내에 넋을 놓게도 만드는 공간이 바다였지만 한 번 뒤집어지면 용서없이 요동치며 수십년을 바다에서 보낸 잔뼈굵은 뱃사람들도 얼어붙게 만드는 곳 또한 바다였다. 두 공간이 다른 공간이 아니라 같은 공간이었다는 것...어쩌면 선배 뱃사람들은 그래서 바다를 변덕많은 여인네에 비교하여 그 곳을 She 혹은 Her라 부르게 된 것이겠지.
그 변덕많은 바다가 또 수많은 생명을 집어 삼켰다.
다만 바다가 작정하고 그들을 집어삼킨 것이 아니라 멀쩡히 침묵을 지키던 바다로 '무사안일'이라는 바다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그들을 밀어넣은 것이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바다에서는 절대 교만해선 안된다는 기본적인 일을 잊은 댓가치고는 너무 많은 인생들이 죽음을 강요받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배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또한 왜 그리 빠른 속도로 전복되고 물속으로 잠겨갔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지게 되겠지만 진상을 밝힌다고 차디찬 바다에 던져진 생명들이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저 원통하고 또 원통할 뿐이다.
모쪼록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빈다, 또한 앞으로는 같은 이유로 생떼같은 생명들이 어이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