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비탈에 꽤나 큰 나무가 있다.
나무 주변에 나지막한 시멘트벽을 둘렀다.
그 나무를 보니 서낭당이 떠올랐다.
넓은 들을 빌딩과 아파트로 빼곡히 채워졌다. 비탈에 판자와 벽돌과 슬레이트와 시멘트로 쌓아올려진 낮은 집들은, 도시에 얽매여 있지만 그 곳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이다. 누군가에게는 슬럼가로, 누군가에게는 달동네로 불리는 이 곳은 비정한 근대화의 산물일테지만, 사람들은 집과 집 사이에 작은 텃밭을 일구고 나무에 낮은 벽을 두르면서 그들이 도시에 오기 전 마을의 풍경들을 재현시켜 놓았다. 이러한 풍경들이 반듯한 빌딩과 아파트를 성벽처럼 둘러싼 도심보다 이 곳에서 따스함을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일지 모르겠다.
2014. 1 서울 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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