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타는 기차 [중략] 이 새벽, 잠들었어도 벌써 잠들어있어야 할 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밥을 다 먹고 양치를 한다. 얼마만에 집에서 먹는 밥인지, 약 두달 넘은 것 같다. 내가 끓인 미역국과 북어찜은 맛있다. 그래도, 맛있는 김치 먹고싶다. 지난 5월에 가지고 온 새엄마의 김치는 다 먹은지 오래고 그녀의 오이지는 얼마 먹지도 못한채 상하고 말았다. 휴가 기간 동안에 서산에 들렸는데, 그녀는 삼계탕을 준비하며 그런데 김치가 맛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정말 김치를 상 위에 내 놓지도 않았다. 얼마나 맛이 없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의 김치 맛이 떠올랐다. 아마 무척 싱겁게 만들어져서 금방 상해버린, 그런 맛일 것 같다. 싱거운 김치는 익기전에 상해버리니까. 암튼, 알맞게 익은 김치 먹고싶다. 배추김치던, 알타리던 열무던. 여름이니까 열무가 좋겠다. 깍두기도 좋은데. 이참에 김치를 좀 담궈 먹을까 생각한다. 번거롭겠지만. 두시가 훌쩍 넘었다. 5시간이라도 자야겠다. 오늘은 즐거운 꿈 꾸고싶다. 왠일인지, 오늘 부터 나는 괜히 실없이 웃고 다닐 것 같다. 괜히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 기분도 좋으니, 일어나서도 기분 좋으면 좋겠다. 늦는 동생이 걱정스럽지만 혼자가 아니니 걱정도 그만해야겠다. 자야지, 모두의 편안한 취침을 기도하며. 정리도, 곧 다 될 것 같다. 오로지 내겐 지금 뿐이다. p_20110801_조치원-대전 w_20110809
진소흔
2014-03-17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