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 같은 당신은 자꾸 피어나고, 향기 나
당신과 나의 첫.
지금이 어제같고 어제가 지금같고 내일은 오늘같고 오늘은 어제와 내일같다, 우린 언젠가 사랑한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신을 기다리던 밤, 바위가 산처럼 크게 부풀어오르던 그 날 밤을 기억한다. 계곡이 흐르고 있었고, 작고 낡은 정자가 있었으며 길이 아닌 길로 떨어져 나가 한참을 헤매던 때였다. 전화 끊고, 내 전화만 받아. 내가 전화하기 전에 잠들면 안돼,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잠깐 기다려, 내가 갈게. 라고 말한다. 나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어느 길로 도착할까, 위에서 내려올까 아래에서 올라올까 아니면 나와 같은 평행선상에서 옆으로, 옆으로 걸어오고 있을까.
꽃이 핀 자리에, 계속 꽃이 피어난다 나는 소록 잠이 들뻔 했다가 아직 그에게서 전화오지 않았으므로 머리를 흔들어 잠을 깬다, 해가 금방 질 것 같아 벌써 밤이 되기도 했지 사람들은 불을 피워놓고 있을거야 먼 곳에서 불 냄새가 난다 나무 타는 냄새, 머리카락 타는 냄새 그 밤이 오면 다시는 나를 만나지 못할거야,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잠들지 못했다 계속 밤이었으면 좋겠다 네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멀리 있는 네가 내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조차 서로 만날 수 없으면 그처럼 슬픈일은 없지 내 이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번쩍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두리번 거렸더니 나무 타는 냄새가 훅 끼치며 내 앞에 네가 불을 들고 서 있다 장작을 던져! 이 산을 다 태워 버리자 그럼 새로운 꽃이 필까, 장작은 이미 다 타버린 후, 꺼지지 않은 불씨들이 남아있어 이렇게 바람이 잘 부는 날에는 불씨 하나로도 온 산을 다 태워버릴 수 있지 그러니 내가 전화하기 전에는 잠들면 안되요 누구와도 통화하면 안돼, 나를 기다려 내가 당신에게 가고있어 나는 그 길을 잘 알지, 두려워 하지 말아 지금 가고 있어 오래 걸리지 않으리란 거 알고 있잖아 이미 산은 타버렸고,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고 당신의 냄새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나를 안고 달려, 저 산은 더이상 불행이 아니지 나는 정상에 오를거야 당신과 함께라면. 우린 정상에서 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거야, 날아가는 기분이겠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하루 24시간 또 하루 24시간. 만났다가 헤어지면 꿈에서 또 만나 헤어지고 현실에서 또 만나 길을 잃어도 괜찮아 그 길을 아는 건 나뿐,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내가 찾아 갈거야.
w_20110623
p_201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