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에서 낯선 방에 혼자 등을 대고 누울 생각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무정차 영주행 버스에 허겁지겁 올랐다. 주름졌지만 행복한 사람들, 눈 덮힌 부석사, 천 년을 지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너그러이 차를 건내시는 스님, 조용히 경내를 도는 아름다운 불자들, 타종과 새벽예불로 향을 피우는 새벽 산사, 가끔씩 내 생각을 멈추게 하는 풍경소리, 종점식당 할머니의 구린내나는 청국장과 산채비빔밥 내 맘대로 상상하고 떠난 여행! 똑, 똑, 산사 처마끝에선 녹은 눈들이 물 되어 방울방울 떨어졌다. 아름다운 산천이 나를 감싸안자.. 정작 작은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흙, 풀잎, 나무, 돌들을 바라보고 바라보고 만져보고 느껴볼 뿐이었다. 산속으로 숨어드는 해를 보며 너를 자주 보겠다는....작은 약속을 했다. 우리 동네에도 하루에 한번씩 해가 뜨고지니까..
morrie
2004-02-14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