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불매운동
동물원에 가면 마음이 참 복잡해진다. 난생처음 Rockhamton에서 코알라를 보았지만, 천사처럼 자고 있는 코알라를 보면서도 난 마음껏 좋아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겠지만, 불과 10분전에 보고 온 침팬치 때문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밀폐된 공간만큼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도 없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동물들에게 자연에 최대한 가까운 공간과 환경을 확보해주는 운동들이 많이 일어나서 시멘트 대신에 흙을, 철조망 대신 나무를 조성하는 동물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동물원이 바뀌자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아무리 호르몬 주사를 사용하고 억지로 성관계를 강요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동물들이 환경이 자연과 유사해지자 자식들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울한 표정들을 몸소 실천하며 아이들에게 갇혀있는 괴로움을 잘 교육해주던 그들에게 흙과 나무는 최소한 그 이상이였음이 분명하다.
손미나의 여행사전 시즌2 퀸즈랜드(Queens Land)편에는 브리즈번의 한 동물원이 나온다. 그 안의 캥거루와 코알라들이 사는 곳에는 철조망이 없다. 자연 그대로 생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캥거루에게 먹여도 되는 음식과 아닌 음식을 배우고, 직접 좋은 먹이를 줄 수 있다. 호주에서 사람들이 함부로 주는 먹이를 먹고 죽는 동물이 많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 좋은 교육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 같은 장면도 볼 수 있다. 아이와 캥거루가 같이 뛰어 놀고, 코알라가 사람품에 안기는 장면들이다. 심지어 캥거루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꾸벅꾸벅 졸기까지 한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괴롭게 만드는 법을 교육할지, 혹은 함께 살아가는 법과 그들을 존중하는 법을 교육할지는 전적으로 제도와 의식에 달려있다. 이거들은 환경보호나 자연보호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정말 인간답게 사는 인성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찍으면서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내 눈에는 고스란히 잘 남아있다. 그래서 이 사진의 제목은 <동물원 불매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