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슬리퍼 언젠가부터 아버지는 저녁식사때 약간의 반주를 걸치시고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무슨 고민을 하고 계신걸까요? 밖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걸까요? 마흔이 다 되어도 아직 결혼을 못한 큰 아들 걱정을, 서른이 다 되어도 아직 대학도 졸업못한 작은 아들 걱정을, 아들의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딸 걱정을, 그리도 외로운 일방통행을 아직 하시는 걸까요. 혹, 정직하게 사느라 아직 집 한칸, 땅 한평도 마련하지 못한 당신의 우직한 삶을 후회하고 계신건가요? 어린시절 커서 제주도 조랑말을 선물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들은 이제 예순이 넘은 아버지 곁에 다가가기가 날이 갈수록 힘이 듭니다. 못난 아들은 오늘도 아버지의 슬리퍼보다도 더 먼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머리에꽃을
2004-02-13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