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km - #2.밥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마을 벌천포를 빠녀나오려는 찰나에 오지2리 라는 이정표가 눈에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것만 같아서,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숱가락 갯수를 알고 지낼것만 같은 그런 이름이랄까, 그래서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마음이 끌리면 핸들을 꺾어야지. 오지 2리로 핸들을 꺾는다. 조그마한 내 차 하나 겨우 지나갈듯한 오솔길을 5분정도 지났을까, 마을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도에도 없는 마을, 스마트폰을 덮어둘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차를 세워두고 해변 가까히 나간다. 마침 물때가 도왔을까, 동내 아낙들이 광주리 가득 무언가를 담아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마 오늘 저녁 찬거리가 되겠지. 대문을 열고 집밖에 나가면 오늘 저녁 가족끼리 나눌 수 있는 찬거리가 가득있는 마을, 그리고 밥짓는 연기가 넓은 하늘 구석에 조그마하게 피어오르는 마을,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우리에게는 왜 이리도 아득한걸까, 철학없이 높게높게 지은 건물 한구석에서는 왜 문을 열고 나가면 찬거리 대신 매케한 도시의 연기가 우릴 기다리는걸까, 들녘을 아스팔트로 덮어버리고 하늘을 매연으로 뒤덮은 우리에게는 당연한 결과인걸까, 당연한 풍경에 괜스레 미안해진다.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조용조용한 그곳을 사진 한장에 조용히 담아두고 오지리를 떠난다.
Superfly
2013-11-28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