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아무리 일본의 남쪽이라지만 10월인데 그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
공항 버스를 타고 오면서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높은 언덕이나 산 위에 집이 있는 것이다.
다음날, 늦은 점심을 먹는 뒤 막연히 높은 고지대에 있는 주택가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덥다, 죽을만큼 덥다, 마스크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 높아졌다.
마스크를 벗고 대신 풍선껌을 씹기로 했다.
서걱서걱 화산재가 씹혀 나왔다.
아래에서 봤던 것보다 꽤 큰 주택가가 고지대에 형성되어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집이 계속 나왔다.
좁은 도로에 수없이 차가 지나다니고, 길가엔 화산재가 깔려 있었다.
사북이나 정선 같은 탄광마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늘엔 검은 구름이 내려앉아, 골목의 분위기를 더욱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차라도 지나가면 화산재가 일제히 들고일어나 나를 덮쳤다.
좁은 길가엔 옷수선 가게, 구멍가게, 철물점 등이 수익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게 천천히 2시간을 걸어 나름 정산에 오르자 저 멀리 사쿠라지마가 보였고,
놀랍게도 정상에 거대한 쇼핑센터가 4개나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저 멀리 다른 마을도 아주 높은 고지대에 엄청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