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임권택 감독이 변영주 감독에게 "국악 좋아하냐?" 라고 물었다. 변영주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임권택은 "게으르기 때문이다." 라며 핀잔을 주었다. 발끈
한 변영주는 그날 이후 석 달 동안 내리 국악만 들었는데, 그러다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가야금을 좋아하고 꽹과리는 싫어한다는 것을…. 변영주는 이러한 현상을 '취
향의 확산' 이라고 말한다. 싫어하는 것 속에서도 좋아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
것저것 다 느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먹던 것만 먹고, 입던 옷만 입고,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다니던 길로만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인생에 '헛짓'이 필요하듯이 독서에 '헛독'도
필요하다. 싫어하는 취향의 책 중에서도 좋아하는 책이 있을 수 있으니! 귀여니만 읽
지 말고 박완서도 읽어야 한다. 박완서만 읽지 말고 귀여니도 읽어야 한다. '폭식' 으
로 '취향의 확산' 을 경험하라.
- 배상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