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km - #1.섬집아기 벌천포 초입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방파제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잖이 의외의 친구가 반긴다. 겁도 없는걸까, 말로만 듣던 개냥이일까, 생선 많은 동내에서 생선 없이도 살것같은 고양이 한마리가 천연덕스럽게 내 발목을 싸고든다. 안녕, 너도 혼자서 왔니, 괜한 눈인사를 나누고 쓰다듬어 주었다. 이녀석 날 놓아줄 생각이 없나보다. 눈이 마주치면 괜히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도 조금 멀찌감치 떨어지려 하면 금새 내 주위로 돌아온다. 나는 갯바위 근처 지붕이 파란 집에 사는 한 소녀를 생각한다. 부모는 바다에 나가고 혼자 남겨진 소녀는 갯바위에 나가 아직 살이 조금은 덜찬 굴도 따먹고 조개도 캐보고, 그게 질리면 동내 구멍가게를 기웃거려보기도 하다가 햇빛이 낮게 깔리면 나른한 햇빛을 베게삼아 한숨 낮잠도 자다가 이방인이 찾아오면 졸졸 따라다녀도 보고, 낮선 이방인이 건내는 인사에 조그마한 뺨을 붉히며 수줍게 수줍게 손인사를 건내는 자그마한 소녀를 생각한다. 쪽빛 미소를 지닌 자그마한 소녀...
Superfly
2013-11-04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