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완만한 산능선을 보고 있노라면 경주가 생각난다.
넓고 볕이 잘 드는 평야에 봉긋이 솟아있는 고분들은 경주의 산능선과 닮아 있다.
그해 겨울, 홀로 떠난 경주에서 나는 고분들을 찾아다녔다.
고분 주위를 걸으면서 화려한 부장품에 둘러쌓였던 무덤의 주인을 생각했다.
이 커다란 무덤을 만든 것이 죽은 사람의 욕심인지 산 사람의 욕심인지 알 수는 없었다.
무덤을 보니 몇 해 전 겨울에 죽은 후배 생각이 났다.
그 후배는 너무 젊은 나이에 죽어서 무덤을 남기지 못하고 화장이 되어 땅에 뿌려졌다.
커다란 고분과 후배의 죽음 사이에서 사람의 죽음에도 귀천이 있는지 물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후배가 생각날 때 찾아갈 무덤이 없다는 것이 쓸쓸하기만 하다.
2008. 2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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