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적나라한 전파-
달리는 버스 뒷좌석에 늘어진 그림자 위에 악몽을 그렸다.
손가락이 괴롭다.
"나는 당신의 몇 번째 손가락입니까
그때의 나는, 당신이 돌아누워 오열하던
뒷모습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기억의 한밤중에서 동냥을 하고 있습니다.
등짝에 홀로 손을 갖다 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현실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잔뜩 구겨진 채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는 그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
알리고 싶지 않았거든.
부끄러운 전파-
사실이 빨간 과일이라면
과일 속의 벌레가 진실이다.
빨갛고 노랗고는 어느 화창한 일요일의 심심한 안부 같은 정도.
얕은 잠이 들 때쯤 인천에 도착했다.
앞좌석 오른쪽에 앉은 그 사람이
다 같이 곱창을 먹는 게 어떠냐는 제의를 했고
"나는 사람들과 어느 이상 가까워지는 게 싫다."라고 말을 하려다 관뒀다.
집 앞 슈퍼에서 담배를 사서 나오는 길에
그의 허리에 또다시 통증이 왔고
전화기의 끝에서 녹색 불빛이 다시 한 번 수차례 점멸했지만
그는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늘구멍 속에서 우산을 피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 무거운 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