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 달동네가 꿈꾸던 크리스마스를 회상하며.
난곡의 크리스마스 이브도 반짝였으리라.
개똥이네 누이는 가장 이쁜 옷에 떨장갑을 끼고, 벼르고 아껴뒀던 뾰족구두를 신고
아직 녹지않은 눈 위를 아슬아슬 조심히 내리오려했으나 결국엔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꽝 찍고, 쌍욕을 하면서도 설레였겠지.
개똥이는 올해 성탄절에도 초코파이를 박스 채 준다는 순이따라 차가운 새벽,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골목 골목 촘촘히 들어선 성도들 집앞에서 촛불들고 "기쁘다 구주오셨네!" 복음송을 겨우 따라부르며 졸린 눈을 비볐겠지.
개똥엄마는 맑은 새벽 하얀 눈이 소담히 쌓인 장독대위를 찬물에 꽁꽁 언 시뼐건 손으로 쓱쓱~ 닦고
잘 익은 김치 한포기를 내어오다 새벽이슬맞고 온 개똥이와 통금시간 지나서 온 누이와 운명처럼 눈이 딱 마주쳤겠지.
그리고 우리에게도 너무 익숙한 그 소리가 크리스마스의 고요한 아침을 깨고 온 달동네에 울려퍼졌겠지.
"이 노무 가시나, 머스마. 잘한다이~ 느거 커서 머가 될라꼬 그라노~~??"
그 시절.. 우린 추웠지만, 따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