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간 동안이나 관제탑에서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멀리 수평선 위로
1번기가 나타났다. 비행기의 모습들이 가까와짐에 따라 우리들은 그 수를 세기 시작
했다. 아침에는 아름답게 편대를 짠 24대였던 것이 이제는 아무리 하늘을 뒤져봐도
17대 밖에 없었다. 비행기들은 관제탑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착륙 허가를 기다리
고 있었다. 그 중의 한 대는 착륙 장치가 있는 동체 밑이 파손되어 있었다. 관제탑은
우선 그 비행기에 대해 동체 착륙을 시도하라고 명령했다. 나는 콘탁스를 꺼내 그 비
행기가 안전하게 착륙 정지할 때까지 필름 한 통을 다 썼다. 나는 기체 앞으로 달려가
제2의 콘탁스로 초점을 맞추었다. 승강구가 열리고, 승무원 한 사람이 들려내려와 대
기하고 있던 의료진에게 인도되었다. 그는 신음하고 있었다. 다음에 내려진 두 사람
은 이미 신음도 없었다. 마지막에 내린 사람은 파일럿이었다. 그는 뺨에 생긴 부상
외에는 무사한 듯 보였다. 나는 그의 클로즈업을 찍으려고 다가섰다. 그랬더니 그는
걸음을 멈추며 악을 썼다.
"사진사! 어떤 기분이길래 사진을 찍어!"
나는 사진기를 닫았다. 그리고 인사도 없이 런던을 향해 출발했다.
-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Robert Capa (1913~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