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내려 놓으며…
레오가 우리 가족속으로 들어 온지는 작년 무더운 여름날로 기억됩니다.
레오는 우리가족 소유의 반려 동물은 아닙니다. 윗집에서 길렀던 숫컷 고양이죠.
사진속 레오는 지금은 곁에 없습니다. 올 초봄 집을 무단가출 했습니다.
정확히 설명 하자면 암컷 길양이에서 나오는 페로몬에 취해 종족보전을 위해 집을 나갔습니다.
레오가 우리가족과 생활한지는 다섯달 남짓 됩니다.
새끼때부터 사람손에 길들어진 고양이라 우리가족들과도 쉽게 친해 졌습니다.
레오가 우리가족과 안면을 튼 후부터는 문지방이 달토록 제 집인냥 줄기차게 들락거렸죠.
레오는 상당히 영리한 고양이였고 애교 덩어리며 귀요미라는 말이 딱어울리는 고양이였습니다.
그래서 가족모두가 또 하나의 가족처럼 지냈죠.
하지만 너무 밖에서 나대는 레오의 위생문제 때문에 출입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매일 아침 집으로 들어오던 놈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니 얼마나 서글프게 울어 됐는지 모릅니다.
아침마다 현관문 앞에서 한맺힌 레오의 울음소리는 동물의 강한본능과
인간의 이성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백기를 든쪽은 항상 인간이 었습니다.
레오가 가족들과 교감하는 모습들은 사진을 허접한 취미로하는
저에게는 좋은 사진거리라 놓칠 수 가없어 사진기를 들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밖으로 나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레오의 이상한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면
가족모두가 맨붕이 됐습니다.
담장위에 올라가 먼곳을 보며 멍때리는 레오의 모습도 가끔 보게 되었죠.
이런 행동들은 레오가 거역할 수 없는 종족보존 본능이라는
DNA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한 징후였는지 모릅니다
집안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레오의 빈집을 보며 어제쯤 돌아오나
가족 모두가 애타게 기달렸습니다.
하지만 레오는 안락한 집과 풍부한 먹이가 있는 곳보다는
새끼들을 거느리고 자유롭게 뒷골목을 뛰노는 길양이의 삶을 택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사진속 레오와 비슷한 길양이를 보게 되면 다정하게 “레오~!”라 불러 주세요.
혹시 압니까? 레오란 놈이 그동안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까맣게 잊고 있던
귀소본능이 발동해 다시 집으로 컴백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