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신지 한달 되던 날, 여행을 떠났다. 힘들어하는 내게 j언니가 초대를 해주어서.
여행지는 마침 서천이었다. 이전에 두번이나 여행을 시도했으나 이상하게 일이꼬여서 도착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첫기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창밖은 온통 가을아침안개였다. 내내 안개속을 기차가 달렸다.
우물집에 이어서 7살때 살던 하얀이네집에서의 기억은, 강하게 남은기억이 안개속에서 달팽이를 보던 아침산책시간이다.
난 그 아침을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정말 달팽이때문이었을까. 양계장벽담의 초록잎들위를 기어다니던 달팽이들때문이었을까.
아님 나처럼 잠옷바람으로 아직 잠이 덜깬채 내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던 동생때문이었을까.
잠옷바람으로 밖에 나가는게 좋아서였을까. 아님 정말 아침이 좋아서였을까.아빠의 뒷짐지고 느리게 걷던 모습이 좋아서였을까.
아침 안개속이 좋아서였을까. 조금있으면 금방 걷혀 버리던 여름의 아침 안개가 좋아서였나.
잠옷치맛단이 아침이슬에 다 젖고 쓰레빠도 다 젖어서 집에 오던게 좋아서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