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에 다니기 전에 우리 가족은 상동이라는 동네에 살았다.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않은지 그 시절 기억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뛰어놀던 골목의 풍경, 여름날 수영하던 강의 풍경 들이 조각조각,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어린이집 장기자랑 준비만 빼면 모든 것이 즐거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동네는 그리 바뀐 게 없다.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들판은 택지개발이 되어 아파트가 서고, 옆동네도 소방도로다 뭐다 해서 많이 바꼈는데 이 동네는 한두 발자국 물러서서 조용하기만 하다. 골목을 걸어본다. 그때는 축축한 흙바닥이었고, 벽 밑으로 꽃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다. 몇분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큰길이 나온다. 그 때는 골목의 끝이 없었는데... 세상이 작아진 건지, 머리가 커진 건지 이렇게 동네가 작았나 싶다. 웃음이 난다. 2013. 2 거창 leica M6+summicron-c / rdp3
김현준
2013-06-13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