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서 계단으로 뛰어내리기 바빴다.
따지고 보면 물려 죽는 것보다 다리 하나 부러지는 게 좀 낫겠지.
보석 같이 미끄러지는 검은 뱀.
"이거 완전 돌이네! 돌-"
"지금 저를 무시하는 거에요?"
결국, 이러려고 어젯밤 꿈속에서 그 큰 입을 쩍쩍거렸나보다.
뱀은 그.
나는 원숭이.
內를 살리겠다고 外를 있는 힘껏 걷어찼고
결국엔 안으로 밖으로 터져버렸다.
볼품없는 발과 주먹으로 나는 오늘 얼마나 추하게 춤을 췄던가.
또다시 1년을 뒤로 걷는데 구름은 침을 뱉었고
눈이, 얼굴이, 머리가, 온몸이 끈적거린다.
나는 풍경들을 언제나 가까스로 찍었다.
도시의 축제는 도저히 내 적성에 맞지를 않는데.
나는 다시 어떠한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나.
성당의 빵을 탐하는 꼽추의 닳고 닳은 허리는
이제 더 아름답게 보이지가 않아.
차라리 시궁창의 쏜살같은 쥐가 낫겠다.
진부해.
아무도 넘긴 적 없는 먼지 쌓인 달력도,
낡아빠져 꿈틀대는 사계도,
45년을 허세 가득한 패기로 칼을 갈던 당신의 목소리도.
나의 이유는 진심을 내보이기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곳으로 흩어져버렸지.
타락한 섬의 꿈처럼
돌아오는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는
여자의 하얀 다리를 힐끗 보며
나는 잠시 내게 거짓말을 했다.
"이제 어쩌지?
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