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친구, 친구의 애인, 이렇게 셋이서 아오야마에 있는 바를 겸한 레스토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스테이크가 맛있는 꽤 널찍한 바였다. 내 친구와 그 애인은 헤어
지는 이야기로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내 친구는 아주 밝은 성격이라서 헤어지더
라도 웃으면서 헤어졌으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상황은 그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
주지 않았다. 순조롭게 될 리가 없었다. 여자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귀엽게 생긴 여자라서 주위의 손님들도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귀여운 여
자를 울리는 나쁜 놈이라고 보여지는 게 조금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민
망해서였는지 친구는 줄곧 웃는 얼굴이었다.
"내 말을 좀 들어봐, 결코 널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져서 그런 게 아니야, 싫증이 나
서도 아니고, 다만 너의 행복을 생각하면 우리들은 지금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이와 같은 식으로 친구는 편한 대로 적당히 괴변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럴 때쯤 그
레스토랑이 자랑하는 스테이크가 나왔다. 여자는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
데 두 조각 째를 잘라 먹고 나더니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맛있어요. 무라카미 씨, 이 스테이크 정말 맛있어요. 따뜻할 때 먹으니까."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내 친구도 아연실
색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여자의 눈물은 진짜였다. 틀림없이 그녀의 슬픔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
은 추측을 했다.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잘 넘어갔다. 맛있다고 감탄까지 하면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여자는 스테이크를 먹는다. 그런 여자를 이길 수가 없다.
사실은 '맛있다' 라고 여자가 말하자, 내 친구는 금방 멍해지더니 얼굴에서 돌연 웃
음기가 싹 가셨다. 그도 상당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인지라 여자에게 졌음을 곧
바로 인정했으리라.
"넌 정말… 넌 어쩜…" 이라고 전에 고오 히로미가 노래했었는데 가사 그대로였다.
- <자살보다 섹스> 무라카미 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