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내겐 낡은 사진들을 담아놓은 빨간 종이상자가 있습니다.
오늘도 그 사진들을 뒤적이며, 어떤 사진은 아주아주 한참 들여다보곤 하였습니다.
필름면의 젤라틴 유제처럼 어떤 것들은 절대로 떼어낼 수 없게 고착되어
기억이라는 이름을 뒤집어 쓰고 하얀 벽에 걸려 나를 노려봅니다.
그 날 돌아선 곳이 내 기억의 마지막 장소....
몇 퍼센트쯤의 나는 실은 아직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한걸까요.
나는 상자를 닫고
자꾸자꾸 눈을 깜빡였습니다.
* 대학로 'THE TABLE'에서
/ CANON A-1 + nFD50mm 1:1.4 + Velv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