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누군가의 향기가 침대에 남아 있다면 연상의 걸프렌드는 금새 그것을 눈치 챌 것이다.
덴고는 그녀가 주의 깊고 질투심 강한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남편과 이따금
섹스를 하는 것과 상관없이, 덴고가 다른 여자와 어울리면 진지하게 화를 냈다.
"부부 사이의 섹스하고는 좀 다르지." 그녀는 설명했다. "그건 개별회계 같은 거야."
"개별회계?"
"항목이 다르다는 얘기야."
"마음의 다른 부분을 사용한다는 건가?"
"그렇지. 사용하는 육체의 장소는 똑같아도 마음은 구분해서 쓰는 거야. 그러니까 그건 괜찮
아. 성숙한 여성으로서 나는 그게 가능해. 하지만 네가 다른 여자애와 자는 건 용서 못 해."
"그런 거 안 했어." 덴고는 말했다.
"네가 다른 여자애하고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걸프렌드는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
다는 생각만 해도 모욕당하는 느낌이 들어."
"그저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덴고는 놀라서 물었다.
"너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거 같아. 소설을 쓴다는 사람이."
"그건 상당히 불공평한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보상은 내가 꼭 해줄게." 그녀는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
다.
- <1Q84> 村上春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