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찬흠, 초점에서 멀어지다. 저희집 사진의 90% 이상은 첫째 찬흠이의 사진입니다. 벽에 걸린 대형 액자며 집안 이곳 저곳에 놓인 작은 액자들 속의 사진도 온통 찬흠이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찬흠이는 자기 모습이 들어가 있지 않은 액자를 놓아두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동생이 예쁘다고 말하지만 사자가 치타에게 자기 영역을 절대 양보하는 법이 없듯이 찬흠이도 일린이의 사진을 놓아두는 것은 끝까지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비, 어미의 마음이란 것이 제 앞가림 하기 시작하는 첫째보다는 여리고 약한 둘째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요? 어느날 문득 작년 가을 이후에 찍은 사진을 보니 우리의 첫째 유찬흠은 초점을 벗어나 있기 일쑤입니다. 배경으로, 흐릿한 원경으로 프레임에 잡힌 녀석의 모습이 꽤나 처연해 보입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아빠의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녀석이 알고 있는 것일까요? 참흠이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녀석은 든든한 우리의 맏이이고 아직도 무한한 사랑을 필요로 하는 꼬마이니까요.
자투리
2004-02-08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