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괜찮은 일자리는 지금 이 시각에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와 달리 지금의 젊은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극도로 제한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20대는 창조성도 진취성도 없는 획일적인 생존 전
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승자독식의 법칙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취업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젊은이를 제외한 패자끼리 '개미지옥 게임'을 펼치고 있다.
개미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누구를 밀어넣을 것인가, 즉 누가 개미귀신에게 가장 먼저
잡아 먹히느냐를 놓고 벌이는 잔혹한 게임이다.
개미지옥에 빠진 20대들은 좀 더 늦게 잡아먹히기 위해서 친구의 등에 칼을 꽂는다.
그러니까 이건 패자부활전이 아니다. 고졸, 여성, 장애인 등 약한 사람부터 차례차례
사라지는 참혹한 '배틀로열' 이다. 협동해서 개미귀신과 싸우기보다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다 차례차례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미 안정적인 일자리에 안착한 기성세대는 20대를 내려다보며 "풍요롭게 자
라서 나약하다" 거나 "노력을 안 해서 취직을 못하는 것" 이라고 비아냥거릴 뿐이다.
그중 진보적인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혹은 보수화된 20대' 를 나무란다. 사회 전
체가 미래 세대의 숨통을 죄고 있으면서도 욕하고 다그치기만 한다.
- 박권일 <소수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