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연애란 여권에 찍힌 출입국 도장 같은 것이다. 그 묵직한 자국들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땅
을 밟았고, 얼마나 많은 경험 (기대와 실망, 웃음과 통곡, 적극적인 시도와 소화불량, 친절과 사
기, 미남과 추남, 감동과 삿대질, 계획과 낭패) 을 했는지 보여준다. 여행을 가봐야 자신이 배낭
여행 타입인지 단체 패키지여행 타입인지 알 수 있듯이 실제로 어떤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유치한 사랑싸움을 벌이고, 실연의 상처에 가슴을 쥐어뜯어 봐야 사랑이 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게 된다.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어떤 사랑을 해야 할
지를 알게 되는 것도 다 과거의 쓰라린 경험이 발판이 되어서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세상 속으로 다이빙해라! 세상 모든 남자가, 아니 솔직하게 모두는 아니지만,
최소한 몇 명은 당신이라는 존재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힘이 남아 있는 한 실컷 싸우고, 틀니가
필요할 나이가 오기 전까지는 혀 짧은 소리를 내보자. 후에 낡은 여권을 들췄을 때 그 안에 찍힌
도장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당신의 뜨거운 과거를 즐거이 추억하게 될 것을 장담한다. 텅 빈 여권
보다는 더 이상 도장 찍을 자리도 없는 여권이 훨씬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 <당신의 연애는 틀리지 않았다> 한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