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가원.
매끄럽거나 보드랍거나 윤이나거나 하지 않고
거칠고 투박하고 올이 성기고 조립자인 표면에 나는 끌린다.
나만...그런 것인가?
사진에 있어서도
망원으로 들여다보는 내밀함보다는
표준이나 광각으로 조망하는 그랜드 스케일이 좋다.
그래서 안셀아담스의 요세미테 공원이나
구보다 히로지의 계림몽환, 리강의 안개 같은 서사적이고
거대한 풍경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가 보다.
그런 연유로
일찍이 주인을 잘못 만난
내 장촛점렌즈들은 세월의 때와 함께
장롱 속 어딘가에서 푸른 곰팡이들을 피워대고 있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