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 생각이 났어."
"무슨?"
"마리가 전학 왔을 때의 일말이야."
"내가 전학 왔을 때라니? 아아, 그 아침 조회 사건?"
"그래, 쓰러졌었지?"
미키는 나란히 서서 설거지가 끝난 그릇들을 닦으면서, 마리라고 불리는 여자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다리와 허리를 마리에게 가볍게 감는 것이 마치 발정한 암고양이
같은 자세다.
"그런 거 처음이었단 말이야. 나이지리아에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
"아침 조회?"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줄을 맞춰서 나란히 서 있잖아. 나이지리아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도 제각기 서고 싶은 대로 서 있어. 정렬이란 게 없다구. 나 그런 모습을 처
음 봐서인지 몇 백 명이 나란히 줄을 지어 서 있는 게 정말 무서웠어. 막 현기증이 나
면서 말이야. 뭐랄까,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 있잖아. 가슴이 콱
막혀서 숨을 쉴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넘어가버렸지."
"오늘 나도 그런 느낌이었어."
"그래, 흔히 있지, 그런 경험. 난 이 나라에서 일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걸."
- 村上 龍 <The Mask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