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커와 건달
2011년 여름. 마케도니아 오리드에 도착한 지 이틀째. 써니레이크 호스텔 정원. 늦은 밤, 훈연한 돼지고기와 마늘을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출렁이는 긴 머리칼을 가진 잘 생긴 사내 하나가 등장했다. 호스텔의 주인인 지코(Gyoko Spaseski)와 친구라고 했다. 점액처럼 보이는 생수병에 든 투명한 액체를 마시고 있었다. 물었다.
"그게 뭐냐?"
"술이다. 우리 집에서 만든 거다."
"이름이 뭐냐? 독하냐?"
"라키아. 알코올 함량 55%다"
"멋지네. 나 독주 좋아한다. 한 잔 줄 수 있나?"
"그래? 이거 정말 '스트롱'한데, 괜찮겠나?"
"걱정마라. 보일러 메이커(폭탄주)에 단련된 몸이다."
마케도니아의 록밴드 '백도어'의 기타리스트 라제 파마코스키(Laze Farmakoski)와 나는 이렇게 친구가 됐다. '술'이 매개가 됐으니 '한국식 인연 맺기'에 가깝다. 첫 만남 이후 라제는 태어나 처음으로 말을 섞어본 동양인인 내게 '홈메이드' 포도주와 홈메이드 치즈, 홈메이드 샐러드 등을 무한정 가져다줬다. 함께 먹고 취해서 낄낄거리는 일이 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