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가키모토 준코가 몸을 쭉 늘이며 플랫폼 앞으로 시선을 던졌다. 전차가 보
이나 했는데 아니었다.
"잠깐만."
그렇게 말하고 벤치에서 일어나 잰걸음으로 다려가더니 플랫폼에 있는 매점에 들어
갔다. 벤치에 기대 앉아 기다리자, 다시 잰걸음으로 돌아온 가키모토는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일회용 카메라였다.
그것도 두 개. 그중 하나는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고 가키모토가 말했다.
"짬깐 일어나봐."
에이이치는 눈만 깜박거렸다.
"일어나라니까. 자, 얼른."
손을 잡아끌어서 일으켰다.
"똑바로 서. 옷깃이 구겨졌으니까 바로 펴고."
시원시원하게 지시를 내리면서 한편으로는 손에 든 일회용 카메라의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에이이치에게 돌렸다.
"미소라도 짓든가, 어떻게 좀 해봐."
"어?"
멍청한 질문을 한 순간, 셔터를 눌렀다.
가키모토는 에이이치를 찍은 카메라를 외투 반대편 주머니에 넣고, 다른 쪽 주머니에
넣었던 카메라를 꺼내 포장을 뜯더니 에이이치의 손에 들이밀었다.
"찍어줘."
"어?"
"날 찍으라고."
손으로 외투 가슴을 두드린다.
에이이치는 시키는 대로 카메라 렌즈를 돌렸다. 가키모토 준코는 가방을 고쳐 메고
렌즈를 바라보며 미소가 깃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이치가 영문을 모른 채 사진 한 장만 찍은 카메라를 돌려주려 하자, 가키모토는
그 손에 자기 손을 포개며 뒤로 밀쳐냈다.
"가져."
"내가?"
"응. 줄게."
그리고 손을 뗀 가키모토는 전차가 달려오는 선로 앞으로 시선을 던지며 아이처럼 발
돋움을 했다.
"현상할 건 없어."
대체 무슨 소리야?
"필요 없으면 버려도 돼. 하지만…"
멀리 보이는 요코스카센 전차의 정면을 바라보며 가키모토가 말했다.
"난 갖고 있을 거야. 계속 갖고 있을 거야."
에이이치는 카메라를 손에 든 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카메라를 집어넣지도 못
하고 그대로 들고만 있었다.
안내 방송이 들리고, 전차가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어중간한 오후 시간대의
상행선 전차는 한가했다. 빈자리가 많았다. 그런데도 가키모토 준코는 문 옆에 있는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래서 에이이치도 그 옆에 섰다.
"나 있잖아."
"응."
"나도 매듭을 짓고 올래."
머리칼 하나가 가키모토의 뺨에 들러붙어 있었다. 속눈썹은 젖어 있었다. 플랫폼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났구나, 에이이치는 생각했다.
"외삼촌 집에 다녀올래."
에이이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험할 텐데."
"괜찮아. 어머니는 지금 병원에 있잖아."
"지금 다녀오겠다고?"
그렇게 되물었을 때, 발차를 알리는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겠습니다, 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가키모토 준코가 전차에서 휙 뛰어내렸다.
"뭐해!"
"괜찮아."
따라 내리려는 에이이치를 두 손으로 밀쳐냈다.
압착공기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문이 닫혔다.
"다녀올게."
유리창에 가로막혀 가키모토 준코의 목소리를 멀게 느껴졌다.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
했다.
"걱정할 거 없어. 끝나면 너한테 꼭 전화할게!"
손을 흔들고, 유치원생처럼 멘 가방을 흔들며 가키모토는 그렇게 말했다. 전차는 그녀
를 놔두고 일회용 카메라를 움켜쥔 에이이치만 태운 채 플랫폼을 떠났다.
가키모토 준코는 독설가에다 조심성이 없고 말을 할 때도 상식을 벗어난다. 그래도 딱
한 가지 성실한 점이 있다.
그녀는 에이이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어떤 때라도 늘 정직했다.
- 꼭 전화할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이 되었다.
- 宮部みゆき <小暮寫眞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