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거울속 결계
거울이 아무리 평평하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수면이 아무리 흐트러짐없이 잔잔하다 할지라도
그안에 비춰진 상이 그것의 본체보다 더 또렷하고 분명할순 없다
현실과 경(鏡) 안의 세상 사이 결계에는
항시 흐트러짐이 있기 마련
그 흐트러짐 때문에 비춰진 상에게는 그 본체에 비해 더 많은 흠이 생기게 된다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정도로 그 자신보다 더 많은 흠이 존재한다
나자신의 실체를 자각하지 않고 어딘가에 비춰진 형상만을 지각하고 사는것은 아닐지
거울을 볼때마다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본다 혹은 반성해본다
저 수면에 비춰진 또하나의 나무에게도 존재의 의미가 있는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못에 손을 뻗어 나무를 잡아보아도
지수(池水)만이 만져질뿐 나무같은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시스는
호수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그것에만 집착하다가
결국에는 호수에 빠져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경(鏡) 안에 비춰지는 형상은 모두 존재의 의미가 없는 허상일뿐
진정한 존재의 의미는 비춰지는 겉표면이 아닌 보이지않는 내면에 존재한다
존재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어딘가에 비춰진 형상만을 지각하고 사는것은 아닐지
거울을 볼때마다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본다 혹은 반성해본다